#편집자T #숲속의자본주의자 #치열하게생각한흔적

※ ‘편집자 T’의 이니셜 T는 편집자 T의 사내 그룹웨어 이메일주소이기도 한 ‘Timshel’의 약자입니다. 팀셸은 히브리어로 ‘너는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편집자들은 그 누구보다 많은 책을 읽지만, 한편으로는 그 누구보다 책을 잘 안 읽습니다. 업무 때문에 경쟁 도서, 유사 도서, 참고 도서 등등 온갖 책을 읽지만 그 어떤 이유 없이 순수한 애정의 마음으로 책을 읽는 일은 퍽 드뭅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쩌다 한 번 주어지는 무쓸모의 독서의 시간이 더욱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회사 동료의 책을 읽었습니다. 숲속의 자본주의자라는 책을 읽으며 모처럼 가슴이 쿵쾅거렸습니다. ‘아, 이렇게 살아도 죽지 않는구나. 오히려 더 풍족해질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부터 새로운 선택이 시작된다. 포기하면 내게 중요하고 가치 있었던 무언가가 없어지지만 결코 그 빈자리가 그대로 지속되지는 않는다. 전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이 새로운 가치가 되어 나타난다.”(본문 중)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무척 좋아하지만, 종종 나라는 인간성이 지워지는 듯한 경험을 할 때마다 책을 만드는 일에 대해 회의를 느꼈습니다. 이러한 고민의 와중에 이 책을 만났고, 그렇다면 이 책을 만든 편집자도 저와 비슷한 고민을 품고 있진 않을지 이상한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마침 이 책을 기획하고 편집한 편집자 T님은 제가 전부터 기획자로서 꽤나 동경했던 분이기도 했고요. 그렇게 숲속의 자본주의자라는 책을 읽으며 마음에 일었던 파장들을 떠올리며 편집자 T님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ㅍㅈㅈ: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출판사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시다가 분야를 옮기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편집자 T: 영문학 공부를 했어요. 원래 학자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대학원에 다녔는데, 논문을 쓰는 게 전혀 재미가 없더라고요. 잘 못했고요. 그 다음은 잡지사에 다녔어요. 영어나 한국어로 된 정간물을 여러 가지 만들었죠. 서른한 살이 되고 출판사에 입사했어요.

ㅍㅈㅈ: 숲속의 자본주의자라는 책을 편집하셨죠? 회사 블로그에 올리신 편집후기를 잘 읽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이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편집자 T: SNS에서 누군가 뉴스레터의 문장을 인용했는데 호기심을 느꼈어요. 키워드들로 검색을 해봤더니 연재 홍보글이 나오더라고요. 일단 받아볼까 싶어 구독해봤습니다. 아직 뉴스레터를 시작한지 한 달도 안 되셨을 때였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연재된 글도 모두 보내주셨는데, 시골에서의 생활상도 독특했지만 일단 통찰력이 예사롭지 않았어요. 하지만 어떻게 이걸 책으로 만들지는 전혀 가늠이 안 되어서 저희 팀원들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이거 너무 좋은데 책으로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권했거든요. 그런데 다들 별 반응이 없었어요. 다행히 당시 팀장님께서 “편집자 T 씨가 해요!”라고 등을 떠밀어주셨어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해보자 하고 출간 제안서를 보냈습니다.

ㅍㅈㅈ: 하나의 체계 아래 완성된 원고가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마주한 날것의 원고, 그것도 뉴스레터를 통해 단편적으로 입수되는 원고를 접하고 기획을 구상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처음 원고를 보셨을 때부터, 지금의 책의 꼴이나 콘셉트가 머릿속에 그려지셨나요?

편집자 T: 아닌 것 같아요. 알맹이가 있고 관점이 있는 글이라는 건 처음부터 확실히 보였지만 그래서 그걸 독자들이 어떻게 선택하게 만들 수 있을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괜히 뉴스레터를 다른 편집자들에게 보내주면서 이걸 책으로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보기도 했고요. 자신감이 별로 없었거든요. 하지만 책이 될 만한 무언가가 이 안에 있다는 건 강렬하게 느껴졌어요. 오로지 직감만으로 출발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