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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삼성 신입사원이 들으면

어이가 없을 이야기**”**

나의 조촐하고 소박한 연봉 약사(略史)

‘대체 왜 회사는 늘 재정이 열악할까, 정말 피고용자가 충분히 만족할 정도의 연봉을 책정 받는 것은 영영 불가능할까, 혹은 연봉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을 경우, 심지어 동결되거나 삭감될지라도, 노동자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유를 사측으로부터 듣는 것은 불가능할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그렇다면 실제로 출판사를 운영하며 피고용자와 연봉 협상을 진행해본 적이 있는 소규모 출판사의 대표(들)와 출판사의 평범한 편집자(들)를 모집해 서면으로 대담을 벌여보자’는 과감한 기획을 떠올렸고, 이로써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두 숫자(고용자와 피고용자의 숫자) 사이의 격차에 대해 숫자가 아니라 말로써 소통해보자’는 원대한 목표 의식을 떠올렸으나, 발행자의 게으름으로 모든 계획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실책을 면피하고자 그 누구도 궁금해 하지 않은 발행자의 지난 ‘연봉 약사’를 가내 수공업으로 적어보았습니다. 부디 내 나태함을 용서해주시길. (아, 이건 여러분 말고, 제 자아에게 하는 말입니다.)

삼일팔의 현재 주가는 무릎일까 어깨일까...

삼일팔의 현재 주가는 무릎일까 어깨일까...

(★ 맨 앞의 연봉액은 실제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

27,000,000원

월 실수령 2,250,000원, 2013년, 1년 차

출판학교를 졸업하고 첫 출판사에 입사했습니다. 당시로서는 높은 연봉(?)인 27,000,000원을 제안 받았습니다. 제가 다녔던 출판학교에서는 수료생들에게 기본적으로 출판사 취업을 알선해줬습니다. 담임 교수님은 우리를 채용하겠다고 나서준 출판사들의 명단을 죽 불러주며 연봉까지 함께 말해줬는데요. 그중 ‘2700’이라는 숫자는 꽤 상단, 아니 가장 상단에 위치한 숫자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가장 낮았던 숫자는 ‘1800’도 있었던 것 같고. 아무튼 당시 수료생들에게 가장 직관적으로 와 닿았던 정보는 출판사 이름(지명도)과 연봉액뿐이었기 때문에 연봉액이 상단에 랭크된(?) 출판사에 입사하는 동기들을 속으로 부러워하는 분위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왕복 4시간이라는 출퇴근에도 불구하고, 전혀 관심 없던 분야의 출판사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들뜬 마음으로 첫 출근을 했던 이유도 아마 ‘2700’이라는 숫자 때문이었을 거예요. 그 환상이 와장창 깨질 때까지 걸릴 시간은 2700분(1.88일)도 되지 않았지만. 연봉 계약서에 적힌 숫자는 27,000,000원이었고, 실제 매달 입금된 실수령액은 2,250,000원이었습니다. 27,000,000원을 정확히 12로 나눈 금액이었죠. 지금까지도 악랄하게 자행되는 ‘연봉에 퇴직금 포함’도 아니었고, 심지어 각종 공제액(세금, 연금 등등)까지도 반영되지 않은 순수한(?) 급여액이 매달 통장에 찍혔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그게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좀 이상하네요. 네이버 연봉계산기 기준 실수령액이 정확히 2,250,000원이 나오려면 연봉액이 30,121,200원이어야 하네요. 명절 보너스, 인세티브 등 연봉액 외에 지급되는 급여는 없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 금액이 저의 정확한 당시 연봉액이었을 수도 있겠네요(야근 식대는 1인당 5000원까지 지원해줬습니다. 20시까지 근무할 경우에만).

27,218,700원

월 실수령 2,268,225원, 2014년, 2년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