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템이 아니면 저 죽어요!”

#이대위 #3년차편집자 #책을읽고다시일어선기쁨

일을 잘하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그건 실제로 유능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 알 수 있는 영역일 테니까요. 다만, 자신의 일에 진심을 다하는 사람은 어렴풋이 표가 납니다. 그 진심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일을 대하는 편집자의 열기가 종종 주변에까지 전해질 때가 있습니다. 편집자 이대위님을 알게 된 것은 2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함께 일해본 적도 없고 특별히 긴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습니다. 그저 종종 서로의 책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출판과 편집에 대해 품고 있는 고민이 무엇인지, 분주한 하루에 틈새를 내어 몇 차례 물어본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저는 저보다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낮은 그와 아주 잠시 대화를 나눌 때마다 늘 긴장을 하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책을 만들어내는 일에 대한 그의 진심이 느껴져 자칫 저의 얄팍한 속내가 드러날까 두려웠기 때문이죠. 원래도 좀 진지하고 재미가 없는 편입니다만, 유독 이대위님과 대화를 나누면 그동안 마음 속 어딘가에 침잠해 있던 편집이라는 일에 대한 고민들이 수면 위로 부상해 사뭇 더 진지하고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화학작용이 싫지 않았습니다. 점심 먹고 잠시 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귀한 시간에, 유독 그에겐 쉬이 일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언제든 서슴없이 자신이 준비 중인 아이템에 대해 1부터 100까지 아이디어와 고민을 늘어놓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는 그와 오래전부터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그가 생각하는 ‘편집자가 성과를 내는 방법’에 대해 묻고 싶었습니다.

ㅍㅈㅈ: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려요.

이대위: 안녕하세요. 저는 자기계발과 에세이 분야를 좋아하는 출판인 이대위입니다. 운이 좋게 7년 4개월이라는 군 생활 동안 글과 책을 가까이 했고, 아예 이쪽으로 진로를 바꾸자는 생각까지 들어 군문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아직 파릇파릇한(?) 3년 차 출판인이고요. 출판의 전 과정을 익히고 궁극의 목적인 창업을 하고자 독자들과 소통하고 직접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제작과 디자인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어요. 매일같이 책을 만드는 일에 몰입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ㅍㅈㅈ: 요즘 매우 왕성하게 아이템 기획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비 저자에게 제안 메일을 보낼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쓰나요? 그리고 정성 들여 제안서를 작성해 발송했는데 답이 오지 않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이대위: 먼저 예비 저자에게 출간을 제안하는 방식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제게 ‘메일’은 가장 마지막 수단이거든요. 저는 인스타그램에서 ‘출판인 이대위’라는 브랜드 계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드는 책과 기획한 마케팅들, 무엇보다 출판인으로서의 고뇌를 담아내는 항아리 같은 존재인데요. 메일은 제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책을 만드는지 충분히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주로 DM으로 제안해요. DM을 받은 예비 저자는 당연히 제 피드를 궁금해 할 것이고, 제가 굳이 미사여구를 늘어놓지 않아도 설득력을 보장받을 수 있죠. 그래서 간혹 예비 저자의 인스타 계정이 없거나 메일 말고는 연락 방법이 없을 때만 메일을 씁니다. 물론 DM이든 메일이든 메시지를 보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같습니다.

사업이나 협업을 할 때 제안서에 들어가야 할 가장 좋은 내용은 ‘이득’이겠지요. “당신이 나와 함께하면 ‘이런 것’을 얻을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게 끌리니까요. 하지만 출간 제안에서 중요한 점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펴낸다는 것은 작가가 가진 시대정신을 펼침으로써 ‘독자의 이득’을 추구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안 메일에 “당신의 글이 누군가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어요!”라는 말과 함께 설득 포인트를 더합니다. 실제로 저도 그렇게 느끼기 때문에 진심을 다해서 쓰고요.

물론 제안 메일을 보냈을 때, 수락하시는 분도 계시고 거절하시는 분도 계세요. 어떤 분은 응답이 없으시기도 합니다. 수락하시는 분과는 곧바로 미팅 일정을 잡고 구체화하는 데 힘을 써요. 거절하시는 분들은 보통 이미 책을 쓰고 계시거나 몇 번의 출간 경험으로 지치신 상태입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은 ‘무응답’이에요. 보통 책 출간 경험이 없으신 분들이 많고요. 그래서 출간 제안에 대한 의심부터 생기시는 분들이죠. 저는 이런 분들에게 1년 단위로 다시 메일을 보냅니다. 그러면 기억해주시고 답변을 주시더라고요. 다른 분을 소개시켜주고 싶다거나 아니면 아직은 집필 생각이 없지만 추후 책을 쓰고 싶어지면 꼭 연락을 주겠다고요.

ㅍㅈㅈ: 예비 저자를 찾거나 기획을 할 때 ‘이건 찐이다!’를 느끼는 나만의 포인트가 있나요?

이대위: 저는 인생에서 지난한 ‘슬픔’과 ‘아픔’을 겪으신 저자님들을 좋아합니다. 곧바로 ‘이건 찐이다!’라고 느껴지는 포인트죠. 굴곡이 없는 삶의 얘기는 독자들이 집중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읽는 사람은 화자의 서사에 연결되고 싶어 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강력한 기폭제가 바로 인생의 쓴맛이고요. 그래서 저자로 괜찮겠다고 판단한 분이 아무리 SNS 채널 팔로워가 많다거나 유명하셔도, 미팅했을 때 저자님만의 아픈 서사가 없다면 저는 기획을 진행하지 않는 편입니다. 감동 포인트를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죠.

ㅍㅈㅈ: 아이템을 얻는, 영감을 얻는 주요 채널이 있나요? (유튜브, TV, 신문, 라디오, 책, 잡지 등등)

이대위: 이 부분은 저희 팀원 분들과 『트렌드 코리아 2022』를 읽고 나눴던 얘기네요. ‘시대정신이 담긴 책을 만들기 위해 트렌드를 어디서 확인하느냐?’라는 질문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2020년 후반기부터 ‘틱톡’을 주시했어요. 숏확행, 짧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메시지로 혜성처럼 등장한 틱톡은 SNS 채널 중에서는 가장 낮은 나이대의 유저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아무리 트렌드를 재빨리 읽는 사람이라고 해도 트렌드를 만드는 사람들보다는 빠를 수 없겠죠? 저는 그 트렌드의 중심을 틱톡이라고 보았어요. 우리는 항상 ‘다음’을 찾는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틱톡에서 기회를 얻고자 한 것이죠. 실제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출신의 SNS 작가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가 이제 곧 나오게 됩니다.

요즘은 틱톡뿐만 아니라 유튜브 숏츠와 인스타 릴스도 많이 봐요. 소위 말하는 ‘숏폼콘텐츠’라고 불리는 채널들이죠. 이 숏폼콘텐츠 세계는 우리가 기존에 알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완벽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뿐만 아니라 1~2초 안에 유저들을 다른 곳으로 가지 않게 만들려면 그야말로 기가 막힌 전략이 필요하거든요. 점점 빨라지는 시대, 무엇보다 우리처럼 제목과 카피 한 줄로 단숨에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숏폼콘텐츠를 눈여겨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습니다.

ㅍㅈㅈ: 기획 아이템이나 카피를 찾을 때 혼자서는 보이지 않던 돌파구가 제3자의 시선을 통해 너무도 간단히 찾아지는 경우가 있죠. 그런 점에서 동료의 힘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때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동료의 지적이나 첨언에 나의 확신이 흔들려 기획이 뒤틀리기도 합니다. 그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대위님은 동료의 힘을 어떻게 활용하시나요?

이대위: 물론 그런 경험이 있지요. 회의를 할 때 가끔은 상처를 받기도 하고 또 예상하지 못했던 환대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료의 힘이 필요한 순간은 이런 순간들이지요. 지금 걷는 길의 끝이 보이지 않거나 제대로 걷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동료들의 힘을 많이 얻습니다. 결국은 잘해보자고 한곳에 모인 분들이기 때문에 그 의견이 좋고 싫은 것을 떠나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집중합니다. 혼자 있었다면 아집으로 가득 차서 결국 실패했을 것들이 함께해서 되살아나는 경우도 많고요.

특히 몸과 마음이 상당히 괴로웠던 작업을 진행할 때 동료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동행해 주시기에 끝까지 해냈던 작품이었거든요. 저는 이것이 서로가 자기의 아이템만 보는 게 아니라 유기적 연대의식을 지니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죠. 이런 생각을 갖게 되니 저는 동료들에게 어떤 긍정적 에너지를 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한 분 한 분의 아이템에 진심으로 대하고 응원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책이 나왔을 때 후속 조치도 아주 적극적으로 돕는 편이고요.